7월의 나 토론토


오랜만의 블로그다.






6월말로 일하던 곳이 문을 닫았고, 이달부터는 쭉 쉬고있다. 풀타임으로 일을 하면서도 전혀 '일' 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만큼 편했던 곳이었는데, 아무튼 이런저런 문제로 오픈한지 일년하고도 두달만에 문을 닫게 되었다. 물론 오픈 전부터 함께 하나하나 준비했던 곳이라 내 사업같은 기분이어서 아쉽기도 했는데, 올해 들어서고부터 매출이며 사람이며 매니지먼트며 문제가 많아서 이럴바에는 정말 하루라도 빨리 접는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들 올해 2월쯤부터 포기를 했고, 마지막까지 고쳐보고 매출 올려보겠다고 희망을 놓지 않았던 나마저 5월부터는 그냥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즈니스를 배우고 매니지먼트를 배우고 싶어서 시작했는데, 하고보니 내가 부딪히며 배울 것은 많아도 같이 일했던 사장으로부터 배울 것이 생각보다 적어서 많이 지쳐있었던 상태이기도 했다. 이제 모든게 다 끝이 났지만, 그래도 결론적으로는 많이 성장했던 1년2개월이었다 정말. 

생각보다 빨리 끝나버려서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때마침 여름이고, 몇달간 EI (Employment Insurance, 캐나다의 실업급여) 혜택도 받을 수 있기에 돈받고 쉬면서 아이엘츠 점수도 더 만들고 영주권 서류도 제대로 준비하고 다음 커리어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는 넉넉한 시간이 주어져서 일단은 좋다. 늘 그렇듯 나는 일단 일을 안하면 게을러지기도 하고 생활이 불규칙해지고 마음의 병(이랄까;; 뭔가 쓸모없는 인간이 된거같은 이 쉬지못하는 병)이 생기기 때문에 얼마나 이 생활을 지속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직까지는 괜찮다. 지낼만 하다.





아이엘츠 


몇달 설렁설렁 공부를 하고 쉽게 생각했는데 역시 단시간에 확 하고 올리기 쉽지가 않다는 걸 뼈저리게 느낀다. 한두번만에 원하는 점수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두번 시험을 치르고 세번째 시험을 기다리는 지금, 여전히 불안하다. 공부는 매일 하지만 아무래도 다음에 얼마나 점수를 받을 수 있을런지... 그래도 해보자. 하기싫은 분야를 공부하는 것도 아니고, 늘 원했던 오롯이 영어공부만 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이다. 이 시간들에 감사하자. 





인간관계


외롭지도 않고 딱 좋은 편이다. 원래 매일 나가 친구들과 어울려야하는 타입이 아니기 때문에, 일주일에 한두번만 사람들을 만나 시간을 보내기 좋을만큼의 사람들이 주위에 있는 것 같다. 

최근 일년을 생각해보면 늘 밖에 있거나 내 생활이 바빴기에 집을 같이 쓰는 룸메들과는 늘 남에 가까운 관계였는데, 4월에 이사온 일본인 친구 2명과는 다녀올게. 다녀왔어. 오늘 이런일이 있었어. 정도의 대화를 주고 받는다. 혼자 도서관이나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고 집에 들어갔을 때 집에 대화할 상대가 있다는 게 정신적으로 얼마나 큰 위안이 되는지. 이곳에 가족이 없고, 다시 싱글이 된 만큼, 집이라는 공간에서 대화를 나눌 존재가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큰 힘이 된다. 

예전처럼 큰 그룹으로 만날 친구들은 없지만 정기적으로 일대일로 만날 친구들이 늘 곁에 있다. 친구도 내가 마음을 닫고 멀리하게 되면 멀어지게 마련이고, 마음을 열고 안부도 묻고 만나고 싶다고 생각해보면 늘 주변에 누군가 있다. 

나의 오랜친구이자 가장친한 친구_ K
결혼 후 남편(도 내친구)과 서로 다른 부분들을 맞춰가느라 몇년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이제야 둘다 다른 서로를 받아들이고 잘 지내게 되어서 너무 좋다. 그 덕에 이전처럼 매주 만나지는 않지만 그래도 내가 일적으로나 개인적으로 힘든 시간들에 연락을 하면 늘 달려와 이야기를 들어준다. 곁에 있어줘서 토론토 생활에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일년에 두세번쯤 드문드문 만나도 늘 힘이 되는_ LK
일단 나보다 스무살쯤 나이가 많다. 다른 친구들에게는 늘 슈가대디로 통한다(물론 농담). 캐네디언으로 이미 결혼을 했고, 프로페셔널한 직업을 가진, 경제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나보다 훨신 안정된 친구. 내 또래의 친구들과는 아무래도 안가게 되는 좋은 레스토랑에 데려가주고 늘 좋은 인생상담자 역할을 해준다. 내 연애상담부터 진로, 인생고민까지 다 들어주는 정말 좋은사람. 초반에는 나두 같이 계산할까 하다가 그냥 하게 놔두자, 뭐 지치면 그만 만나겠지 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늘 자기가 다 계산하고도 다음에 또 초대하고 또 초대해준다. 

최근 토론토로 다시 돌아온_ S
어차피 반년만 지내다 다시 일본으로 돌아갈 친구이기는 하지만, 3-4년 전쯤 같이 일을 하기도 했고, 그 당시의 내 남자친구와 다 같이 아는 사이이기도 하고, 많은 추억들을 같이 공유한 친구. 일본으로 돌아간 3-4년 동안도 가끔 안부를 물었었고, 돌아와서는 한동안 매주 만나서 점심을 먹거나 이벤트에 가기도 했다. 나이도 가깝고, 일단 정신적으로 성숙하기도 해 이야기가 잘 통하는 상대. 11월쯤엔 다시 돌아가겠지만 있는 동안이라도 나에게 힘이 되어줄 친구.

손님에서 친구로_ G
헤어진 남자와 비슷한 면이 많다. 캐네디언이고, 프로페셔널한 직업이 있으면서도, 자기 사업을 하고있다. 비즈니스에 관심이 많고, 다른 관심분야도 비슷하다. 심지어 G의 친구는 내가 헤어진 남자와 아는 사이기도 하다 (물론 둘은 전혀 모르는 사실, 나만 안다). 4년쯤 전 일하던 곳에서 손님으로 얼굴을 알아왔지만 최근에야 같이 바에가서 이야기도 해보고 주말에 만나보기도 했다. 요즘은 이런 사람들과의 친분을 많이 쌓아가고 싶고 내또래의 캐네디언, 프로페셔널하게 자기 분야에서 잘 하고 있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이해하고 알아가고 싶기에 지금부터 천천히 잘 쌓아가고 싶은 관계. 아직 몇번 만나진 않았지만. 

쓰다보니 친구들 얘기가 길어졌네... 아무튼 요즘 주위에 있는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다.





그리고 나의 하루하루_ 7월편


약속이 없는 보통 날들의 일상을 얘기하자면,
새벽 4-5시에 잠이들고 10시-12시 사이에 기상한다 (정말 고치고 싶은 패턴)
오후 2-3시쯤이 되어서야 카페든 도서관엘 가고 보통 7-8시까지 공부하며, 드문드문 유튜브도 보며 시간을 보낸다.
장을 보거나 대충 저녁거리를 사서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이 8-9시 사이인데 이시간이 가장 좋다.
여름의 토론토 저녁하늘이 이렇게나 예뻤던가 하고 매일 감탄하고 감사하며 집으로 돌아간다.
9-10시 사이에 저녁을 먹고, 일단 그 이후로 집에서는 도무지 공부가 안된다. 유튜브를 보거나 페이스북을 보거나 멍하니, 정말 멍하니 누워 천장만 보며 생각에 빠진다. 보통 낮시간에 나는 productive 하고 positive하다. 밤시간은 게을러지고, 하나하나 걱정거리도 생각나고 조금은 불안하기도 하다. 늘 100% 생산적이고 긍정적이기만 하면 좋겠지만, 긍정적인 나도 나고 걱정하고 불안한 나도 나니까 이런 나도 받아들여야지. 하지만 대체로 긍정적이고 에너지가 넘치는 나날들이다. 여름이라 뭐든 다 좋다 정말. 

이별에서 온 상처랄까, 아팠던 마음들은 정말 많이 치유됐다. 내가 많이 상처를 받았던 건지, 그것보다는 분노인지, 미련인지, 그리움인지 아직까지도 확실한 내 감정을 모르겠는 건 사실이라 아직까지도 매일 조금씩 생각을 하는 건 사실이다. 이제껏 만나온 관계들과는 많이 다른 감정들이 섞여 있었던 터라, (그렇지만 다른사람들 보다 더 많이 좋아하지도 않았기에) 아직까지도 깨끗이 정리되지 않는게 이상하기도 하고 정말 내가 아직도 이러는 이유를 알고 싶기도 하다. 만나는 동안에도 헤어지고 나서도 늘 나에게 하는 질문. 당신 도대체 누구야. 당신 도대체 누구길래 이렇게 내 인생에 있는거야. 다른 관계들은 충실히 만나고, 때가 되어 헤어지고, 그렇게 늘 당연하다는 듯이 정리가 되었기에 이렇게 몇번이고 되새겨본 적이 없다. 이건 무슨 관계일까. 당신 도대체 누구일까.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되겠지. 나는 그저 내 자리에서 내가 해야할 일들을 하고 주어진 하루하루에 감사하며 배워가며 살아가다보면 언젠가 알게 되겠지라는 마음으로 지내고 있다. 





좋아진 점


외국에서 혼자 오래살며 결혼해서 빨리 내 가정을 꾸리고 싶고 아기를 가지고 싶은 생각이 많아서 늘 조급했는데, 그것에서 많이 자유로워져서 무엇보다 좋다. 결혼을 내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도피처로 생각했다는 걸 최근에야 깨달았고, 결혼을 모든 것의 답으로 생각했던 내가 얼마나 바보같았는지 이제야 알게 되었다. 내가 충분히 성숙하고 준비가 되었을때 나에게 누군가를 보내주시고 때를 알려주실거라고 믿는다. 더 배우고 느끼고 성숙해지며 매일매일 내 할일에 충실하게 지내다보면 나에게 맞는 시기에 나에게 맞는 누군가를 보내주실거라고. 나는 그저 내가 해나가야할 것들을 하며 지내가야지. 

또하나의 긍정적인 변화, 자전거.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지 이제겨우 세달인데 이게 이렇게 좋은건지 몰랐다. 이 좋은 걸 왜 이제 시작했을까 싶을만큼. 자전거를 타며 종종 다니던 길이 아닌 새로운 길로도 많이 가보는데, 하우스들만 모여있는 예쁜 동네를 지나며 토론토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해나간달까. 이동하는 시간에는 노래대신 좋아하는 Tedtalks들을 듣는데, 나는 주로 교육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인생에 대한 이야기들이 더 잘 와닿는 것 같다. 힘든 시기를 어떻게 겪어냈는지. 어떻게 하면 더 생산적인 삶을 살수 있는지.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게 무엇인지 등에 관한 좀더 철학적인 이야기들. 물론 가벼운 운동도 되고, 이동하는데 시간도 절약되고, 정신건강에도 너무 좋다. 이후에 어떤 일을 하게되던 매년 봄-가을 사이에는 무조건 자전거로 출퇴근이다!!





8월엔 마무리 짓거나 시작하고 싶은 것들


가장 큰 고민이 아이엘츠 고득점과 영주권 서류이다. 다음주 시험에서 부디 만족할만한 점수를 받고, EE 프로필을 작성하고 하루빨리 초청을 받아 서류를 등록하고 무사히 통과되어 올해안에 영주권자가 되는게 목표이다. 서류 등록까지 8월안으로 다 마무리시키고 다음 커리어에 대한 고민이 되었건 여행이 되었건 다른것들에 대해 생각하고 싶다. 일단 영어 성적이 만들어지면 쉬는동안 읽고 싶었던 책들도 많이 읽고 싶고, 캐나다 내에서 여행도 다녀오고 싶다(EI혜택을 받는 동안에는 캐나다내에만 있어야 혜택을 받을 수 있기에). 혼자 여행하며 스스로에 대해 더 알아가고 미래준비도 하고, 내집마련에 대한 계획도 하고싶다. 요즘은 money, business, investment, real estate에 관심이 많은데, 돈에 대한 욕심이 커진게 아니라, 돈때문에 일하고 싶지 않기에 효율적이고 더 스마트하게 돈을 벌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싶은 욕심이 생긴거다. 아이엘츠 롸이팅 토픽 중에, Do you think it's more important to love your job or to earn a good salary? 라는 토픽이 있는데, 물론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 좋다. 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서 충분한 수입을 얻을 수 없을 때, 결국 더 벌 수 있는 것을 찾게되는 게 현실이니까. 일단 경제적으로 안정되면 그 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해나가며 인생을 즐기면 되는거니까. 나 이렇게 돈 많아, 이렇게 돈 잘벌어가 아니라. 나는 이렇게 돈을 잘 버는 능력이 있음을 세상에 보여주고 싶달까. 공부하자. 매일 장시간씩 똑같은 일을 반복하며 힘들게 버는게 아니라, 스마트하게 돈을 굴리고 투자하고 불려나갈 수 있는 능력으로 돈을 벌고싶다. 









오랜만에 brunch에서 단정히 정리된 일상글을 읽고 나니 나도 오랜만에 내 근황에 대해 적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시작한건데, 정리도 안되고 글이 두서없이 길어져버렸다. 그래도 늘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 써나가며 내 생각들이 정리가 되는 듯. 글로 남기지 않으면 잊혀져버릴 일상들과 생각들을 남길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좋고,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글루스가 그 공간이라 좋다. 적당히 폐쇄적이고 적당히 알려지지 않은 공간이라 그런지 더 솔직하게 내 감정들을 남길 수 있어서 그런 것 같다. 7월 근황정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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